조용할 리 없는 시부야의 밤이었지만 여자에게는 빗소리만 들렸다. 간간이 울리는 경적 소리도, 담배 꽁초를 굽으로 대충 짓이기며 웃어대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물에 젖은 듯 멀어져만 갔다. 몸은 거센 빗방울에 축축하게 젖었지만 여자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기타를 품에 안고 걸었다. 가진 것 하나 없던 여자의 유일한 물건이었다.
쾅.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생전 처음 보는 여자를 밑에 둔 남자가 돌아봤다. 손에 잡히는 건 전부 집어던졌다. 소중히 여기던 거울이 깨지고 찢어진 조명이 깜박댔다. 비명을 지르고 울며불며 얼굴을 손톱으로 긁어도 남자는 아픈 기색 하나 없이 나가라는 듯 눈짓했다. 변명을 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남자도 그럴 생각은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몸은 저절로 그곳을 향했지만 문 앞에 서서도 오랜 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풀리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여자는 문을 두드렸다. 작은 노크 소리는 빗소리에 집어삼켜졌다. 창백한 눈동자에 비친 여자는 눈물인지 비인지 모르겠을 정도로 쫄딱 젖은데다가 진한 마스카라가 뺨에 검은 눈물자국을 새긴 초라한 꼴을 한 채였다. 남자는 말없이 여자를 바라보았다.
들고 왔네, 그거. 시엘은 린의 품에 안겨 있던 기타를 집어들었다. 차갑게 식은 린의 기타는 따뜻했다. 린은 사정해도 모자란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시엘이 기타의 물기를 닦아 거치해 둘 때까지도 말없이 손톱으로 팔뚝을 쥐고 있었다.
거실 한편에 놓인 여자의 기타. 그 옆에는 나란히 서 있는 남자의 기타가 보였다. 린은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 남자는? 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가 가져온 것은 사랑도 후회도 아닌 단 하나, 기타 뿐이었다.
시엘에게 수건을 받아든 린은 젖은 몸을 닦았다. 축축해진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 물기를 스며들게 하고 있으면 부드러운 기타 소리가 울렸다. 어느덧 물기를 머금어버린 공기 속에서 정갈한 음이 퍼져나갔다. 여자는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그저 기타를 치고 있었다. 말은 필요 없어. 노래해. 시엘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린은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이 담긴 목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 시부야의 밤 한가운데에서 아주 작은 노랫소리가 울렸다.
시부야 랩소디